[뉴스초점] 곳곳에 숨어있는 갑질…보복 두려워 제보도 못해
<출연 : 연합뉴스TV 정선미 기자>
지난 4월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여파가 대한항공 오너 가족으로 퍼진데 이어 그룹 전체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갑질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갑의 횡포에 분노하는데요.
갑질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주 사소한 형태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 살면서 갑질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연합뉴스TV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을 고발하는 '이런 것까지 갑질'이라는 연속 기획을 4번에 걸쳐 진행했는데요.
관련 내용을 취재한 정선미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첫 번째 제화업계 갑질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제화업체 본사에서 제화공 작업 실수로 불량 구두가 나오면 300만원까지 벌금을 매기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갑질 논란이 일었던 수제화 업계 1위 탠디의 경우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구두를 만든 제화공에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가격, 약 30만원을 부담하게 해 갑질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수동 제화공 분들을 만나 취재를 한 결과, 세라나 미소페 등 다른 수제화 업체 갑질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사진은 세라가 작년 1월, 제화공분들이 일하는 공장에 보낸 공문인데요.
내용을 보시면 납품 상품의 불량으로 인해 제기되는 일체의 불만, 생산비용, 대체상품, 배상청구 등의 책임을 모두 생산처, 그러니까 공장에 부담시킨다고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못이 나오거나, 굽이 탈락되는 등 고객이 다칠 수 있는 불량품이 발생하면 착화 여부를 불문하고 손해배상금이 300만원이라고 써있습니다.
즉 고객이 구두를 신어서 다치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3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죠.
게다가 새상품을 본사에 다시 납품하고, 치료비도 추가 처리하고, 사고 발생시 계약 해지까지 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소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사진은 미소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중 한 곳이 제화공들에게 공지한 내용입니다.
불량품이 사내에서 발견되면 5만원, 매장에서 발견되면 100만원을 물어야 한다고 써있습니다.
이는 미소페 본사가 해당 공장에 불량품에 100만원을 물도록 강제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공장들은 이렇게 해당 벌금을 제화공들에게 부담시킵니다.
그러면 제화공들이 벌금을 나눠서 내거나, 아니면 해당 구두를 제작한 제화공이 벌금을 다 물게 됩니다.
[앵커]
고객이 불량 구두를 신어서 다치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제화공이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니 너무 심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화공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제가 만나뵌 제화공분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구두를 제작한 장인들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이어서 실수가 없을 수 없는데요.
특히 문제가 되는 불량품은 가죽과 바닥 부분을 연결시키는 못을 박다가 중간이 부러지는 경우 등입니다.
이 경우 구두를 직접 신어보기 전에는 불량 여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화공분들은 "실수한 것은 인정하고 정말 잘못했다.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그 수백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너무 큰 처벌이고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이 구두 한 족을 만들 때 받는 공임비가 약 5,500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구두 장인의 인건비가 최저 시급만도 못한 것이죠.
업계 1위 탠디의 경우 이번에 갑질 논란이 일면서 8년간 동결됐던 공임비가 1,300원 올라서 8천원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탠디보다 낮은 공임비가 20년간 동결돼서 5,500원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100만원을 문다고 가정하면 180족을 만들었던 수고가 고스란히 날아가게 되는 것이죠.
하루에 보통 20족을 작업한다고 가정하면 9일치 분입니다.
300만원 벌금이면, 545족인데, 즉 한 달 작업해서 얻는 돈보다 더 크게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벌금을 물게 된 분들 중에는 큰 충격을 받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처럼 제화공들에게 갑질을 한 제화업계 본사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본사에서는 "고객이 다칠 수 있는 큰 사고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큰 벌금을 매기게 됐다, 실제로 물게 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본사 역시 백화점의 수수료 갑질로 어렵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35%로 상당히 많은데다, 잘 팔리지도 않아 세일하는 경우도 많고 등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죠.
즉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질이 대물림되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갑질로 넘어가겠습니다.
보도를 보니까 반성문에 충성서약까지, 봉건시대의 주종 관계같은 느낌인데요.
[기자]
네. 이번에 예시를 든 곳은 LG생활건강 소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치킨업체 'BBQ'입니다.
우선 더페이스샵부터 말씀드리면요.
이 사진은 더페이스샵 가맹점주가 썼던 자필 사유서입니다.
"폐업하기 위해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다. 매장에 재고가 많아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방학 기간 매출 저조로 매입이 어렵다" 등이 써있는데요.
이 사유서를 썼던 분은 반성문같은 개념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본사 영업담당자가 추가 매입을 하라고 요구했는데, 가맹점주가 어렵다고 하자, 왜 매입이 어려운지 자필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죠.
그럼 왜 가맹점주가 이 사유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면 포인트때문입니다.
더페이스샵같은 로드샵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 행사를 자주하는데요.
이런 할인에 드는 비용은 나중에 본사가 매장에게 포인트로 보전해줍니다.
해당 포인트는 본사 제품을 매입할때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대 이 매장의 경우 추가 매입을 하지 않자 포인트 지급을 계속 미뤘습니다.
재고가 맞지 않는다. 포인트를 많이 받으려고 허위 매출을 입력한 것 아니냐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진짜 힘들면 자필 사유서를 쓰라고 요구한 겁니다.
포인트를 받아야 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사유서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본사 측에서는 해당 영업담당자가 한 독자적인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주종관계는 본사와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직원까지도 해당된다고 들었는데요.
치킨업체 BBQ의 경우 충성서약까지 강요했다면서요?
[기자]
네, BBQ는 작년 말 윤홍근 회장이 가맹점주에게 욕설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곳입니다.
BBQ 인사전략팀이 올해 초 직원에게 보낸 '일일보고체제 양식'을 보시면 '존경하는 회장님, 충성을 다해 근무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이런 보고를 매일 회장에게 보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인사담당자가 시키지도 않은 충성보고를 예로 들었고, 직원들이 따라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게다가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윤홍근 회장실 앞에는 금속탐지기가 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스마트폰, 녹음기 등을 갖고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대해 본사측은 "삼성 등 대기업들도 다 하는 것이며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동안 대한항공을 비롯한 갑질 보도들이 스마트폰 녹음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비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네, 이번에는 빙그레, 샘표 등의 대리점이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주장하는 거래처 빼앗기, 보복출점 등의 갑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갑질이 이뤄지나요?
[기자]
빙그레의 경우 본사가 아이스크림 대리점과 영업경쟁을 한 사례입니다.
이 사진은 대리점이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농협에서 보낸 사실확인서인데요.
보시면 "빙그레 사원이 찾아와서 자신들과 거래하면 현재보다 최대 33% 싸게 해주고 냉동장비까지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들과 계속 거래하려면 가격을 더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높은 할인 여력을 가진 본사가 대리점과 영업 경쟁을 하다보니, 대목인 여름철을 앞두고 3개월만에 굵직한 거래처 9곳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이 대리점은 본사가 영업목표치를 10억원으로 상향 제시하고 이를 못한다고 하자 거래처 빼앗기 '갑질'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는데요.
본사측에서는 "해당 대리점에 10억원의 목표 상향을 제시한 적이 없다. 대리점이 본사가 거래하던 도소매점들을 가진 다른 대리점을 먼저 인수했기 때문에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샘표 대리점의 경우 타사 제품을 취급해서 본사에 찍힌 이후, 본사가 인근 다른 대리점에게 할인 등을 해줘서 거래처를 뺐기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본사측은 할인의 경우 신규 대리점에게 모두 해주는 프로모션이라는 입장입니다.
편의점 업계 역시 근접 출점 등 본사의 갑질이 만연합니다. 현재 250m 내에 동종 브랜드 출점이 안되지만, 동의서만 받으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맹 계약 기간 내 편의점주에게 동의서를 요구하면 편의점주는 계약 종료 등 보복을 피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동의할 수 밖에 없는데요.
결국 근처에 동종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면 매출이 급격히 줄어 고통받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앵커]
이런 것까지 갑질이라는 기획 제목에 걸맞게 옷을 포장하는 포장재 1개에 1만원을 받는 식의 갑질까지 있다는 보도가 오늘 나갔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한 패션 브랜드의 갑질 내용인데요.
해당 브랜드에서 일부 대리점에 포장재 1개당 1만원 내외에 사도록 강요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대리점은 다른 업체 포장재를 사면 더 싸지만 본사에서 주는 포장재를 억지로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본사 말을 잘 듣는 대리점과 아닌 대리점을 인테리어 부분에서 차별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기업정보 공개 등 투명경영, 정보공개를 위해 운영되는 공시제도를 악용한 갑질도 있었습니다.
하청업체들이 순익, 매출 규모 등을 공시하면, 곧바로 원청업체인 대기업에서 공시내용을 확인해 다음 계약때 불이익을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특정 대기업 하청업체들의 평균 순익이 5%대인데, 한 하청업체가 기술개발 등으로 2%포인트 더 높은 7% 순익을 올렸다고 가정할때, 대기업이 이 내용을 공시를 통해 확인한뒤 다음 계약때 마진율을 2%포인트 깎아버리거나, 그에 해당하는 만큼 납품물량을 줄이는 겁니다.
투명경영을 위한 공시제도가 갑질의 도구로 악용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보자들은 업체명을 알리길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대기업인데요, 음성변조 등을 했더라도 방송이 나가는 순간 제보자를 어떻게든 색출해서 본사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포장재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 휴지, 병원내부 물품을 직원들에게 구매하도록 시키는 것 등 정말 다양한 갑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보도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절대 갑인 본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보복이 두려워서입니다.
이런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제보자에 대한 확실한 보호, 그리고 불법과 편법의 경계가 애매한, 사소한 갑질까지도 막을 수 있는 촘촘한 제도, 그리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출연 : 연합뉴스TV 정선미 기자>
지난 4월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여파가 대한항공 오너 가족으로 퍼진데 이어 그룹 전체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갑질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갑의 횡포에 분노하는데요.
갑질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주 사소한 형태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 살면서 갑질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연합뉴스TV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을 고발하는 '이런 것까지 갑질'이라는 연속 기획을 4번에 걸쳐 진행했는데요.
관련 내용을 취재한 정선미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첫 번째 제화업계 갑질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제화업체 본사에서 제화공 작업 실수로 불량 구두가 나오면 300만원까지 벌금을 매기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갑질 논란이 일었던 수제화 업계 1위 탠디의 경우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구두를 만든 제화공에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가격, 약 30만원을 부담하게 해 갑질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수동 제화공 분들을 만나 취재를 한 결과, 세라나 미소페 등 다른 수제화 업체 갑질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사진은 세라가 작년 1월, 제화공분들이 일하는 공장에 보낸 공문인데요.
내용을 보시면 납품 상품의 불량으로 인해 제기되는 일체의 불만, 생산비용, 대체상품, 배상청구 등의 책임을 모두 생산처, 그러니까 공장에 부담시킨다고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못이 나오거나, 굽이 탈락되는 등 고객이 다칠 수 있는 불량품이 발생하면 착화 여부를 불문하고 손해배상금이 300만원이라고 써있습니다.
즉 고객이 구두를 신어서 다치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3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죠.
게다가 새상품을 본사에 다시 납품하고, 치료비도 추가 처리하고, 사고 발생시 계약 해지까지 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소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사진은 미소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중 한 곳이 제화공들에게 공지한 내용입니다.
불량품이 사내에서 발견되면 5만원, 매장에서 발견되면 100만원을 물어야 한다고 써있습니다.
이는 미소페 본사가 해당 공장에 불량품에 100만원을 물도록 강제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공장들은 이렇게 해당 벌금을 제화공들에게 부담시킵니다.
그러면 제화공들이 벌금을 나눠서 내거나, 아니면 해당 구두를 제작한 제화공이 벌금을 다 물게 됩니다.
[앵커]
고객이 불량 구두를 신어서 다치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제화공이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니 너무 심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화공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제가 만나뵌 제화공분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구두를 제작한 장인들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이어서 실수가 없을 수 없는데요.
특히 문제가 되는 불량품은 가죽과 바닥 부분을 연결시키는 못을 박다가 중간이 부러지는 경우 등입니다.
이 경우 구두를 직접 신어보기 전에는 불량 여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화공분들은 "실수한 것은 인정하고 정말 잘못했다.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그 수백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너무 큰 처벌이고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이 구두 한 족을 만들 때 받는 공임비가 약 5,500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구두 장인의 인건비가 최저 시급만도 못한 것이죠.
업계 1위 탠디의 경우 이번에 갑질 논란이 일면서 8년간 동결됐던 공임비가 1,300원 올라서 8천원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탠디보다 낮은 공임비가 20년간 동결돼서 5,500원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100만원을 문다고 가정하면 180족을 만들었던 수고가 고스란히 날아가게 되는 것이죠.
하루에 보통 20족을 작업한다고 가정하면 9일치 분입니다.
300만원 벌금이면, 545족인데, 즉 한 달 작업해서 얻는 돈보다 더 크게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벌금을 물게 된 분들 중에는 큰 충격을 받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처럼 제화공들에게 갑질을 한 제화업계 본사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본사에서는 "고객이 다칠 수 있는 큰 사고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큰 벌금을 매기게 됐다, 실제로 물게 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본사 역시 백화점의 수수료 갑질로 어렵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35%로 상당히 많은데다, 잘 팔리지도 않아 세일하는 경우도 많고 등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죠.
즉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질이 대물림되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갑질로 넘어가겠습니다.
보도를 보니까 반성문에 충성서약까지, 봉건시대의 주종 관계같은 느낌인데요.
[기자]
네. 이번에 예시를 든 곳은 LG생활건강 소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치킨업체 'BBQ'입니다.
우선 더페이스샵부터 말씀드리면요.
이 사진은 더페이스샵 가맹점주가 썼던 자필 사유서입니다.
"폐업하기 위해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다. 매장에 재고가 많아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방학 기간 매출 저조로 매입이 어렵다" 등이 써있는데요.
이 사유서를 썼던 분은 반성문같은 개념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본사 영업담당자가 추가 매입을 하라고 요구했는데, 가맹점주가 어렵다고 하자, 왜 매입이 어려운지 자필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죠.
그럼 왜 가맹점주가 이 사유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면 포인트때문입니다.
더페이스샵같은 로드샵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 행사를 자주하는데요.
이런 할인에 드는 비용은 나중에 본사가 매장에게 포인트로 보전해줍니다.
해당 포인트는 본사 제품을 매입할때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대 이 매장의 경우 추가 매입을 하지 않자 포인트 지급을 계속 미뤘습니다.
재고가 맞지 않는다. 포인트를 많이 받으려고 허위 매출을 입력한 것 아니냐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진짜 힘들면 자필 사유서를 쓰라고 요구한 겁니다.
포인트를 받아야 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사유서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본사 측에서는 해당 영업담당자가 한 독자적인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주종관계는 본사와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직원까지도 해당된다고 들었는데요.
치킨업체 BBQ의 경우 충성서약까지 강요했다면서요?
[기자]
네, BBQ는 작년 말 윤홍근 회장이 가맹점주에게 욕설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곳입니다.
BBQ 인사전략팀이 올해 초 직원에게 보낸 '일일보고체제 양식'을 보시면 '존경하는 회장님, 충성을 다해 근무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이런 보고를 매일 회장에게 보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인사담당자가 시키지도 않은 충성보고를 예로 들었고, 직원들이 따라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게다가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윤홍근 회장실 앞에는 금속탐지기가 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스마트폰, 녹음기 등을 갖고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대해 본사측은 "삼성 등 대기업들도 다 하는 것이며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동안 대한항공을 비롯한 갑질 보도들이 스마트폰 녹음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비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네, 이번에는 빙그레, 샘표 등의 대리점이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주장하는 거래처 빼앗기, 보복출점 등의 갑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갑질이 이뤄지나요?
[기자]
빙그레의 경우 본사가 아이스크림 대리점과 영업경쟁을 한 사례입니다.
이 사진은 대리점이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농협에서 보낸 사실확인서인데요.
보시면 "빙그레 사원이 찾아와서 자신들과 거래하면 현재보다 최대 33% 싸게 해주고 냉동장비까지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들과 계속 거래하려면 가격을 더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높은 할인 여력을 가진 본사가 대리점과 영업 경쟁을 하다보니, 대목인 여름철을 앞두고 3개월만에 굵직한 거래처 9곳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이 대리점은 본사가 영업목표치를 10억원으로 상향 제시하고 이를 못한다고 하자 거래처 빼앗기 '갑질'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는데요.
본사측에서는 "해당 대리점에 10억원의 목표 상향을 제시한 적이 없다. 대리점이 본사가 거래하던 도소매점들을 가진 다른 대리점을 먼저 인수했기 때문에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샘표 대리점의 경우 타사 제품을 취급해서 본사에 찍힌 이후, 본사가 인근 다른 대리점에게 할인 등을 해줘서 거래처를 뺐기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본사측은 할인의 경우 신규 대리점에게 모두 해주는 프로모션이라는 입장입니다.
편의점 업계 역시 근접 출점 등 본사의 갑질이 만연합니다. 현재 250m 내에 동종 브랜드 출점이 안되지만, 동의서만 받으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맹 계약 기간 내 편의점주에게 동의서를 요구하면 편의점주는 계약 종료 등 보복을 피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동의할 수 밖에 없는데요.
결국 근처에 동종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면 매출이 급격히 줄어 고통받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앵커]
이런 것까지 갑질이라는 기획 제목에 걸맞게 옷을 포장하는 포장재 1개에 1만원을 받는 식의 갑질까지 있다는 보도가 오늘 나갔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한 패션 브랜드의 갑질 내용인데요.
해당 브랜드에서 일부 대리점에 포장재 1개당 1만원 내외에 사도록 강요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대리점은 다른 업체 포장재를 사면 더 싸지만 본사에서 주는 포장재를 억지로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본사 말을 잘 듣는 대리점과 아닌 대리점을 인테리어 부분에서 차별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기업정보 공개 등 투명경영, 정보공개를 위해 운영되는 공시제도를 악용한 갑질도 있었습니다.
하청업체들이 순익, 매출 규모 등을 공시하면, 곧바로 원청업체인 대기업에서 공시내용을 확인해 다음 계약때 불이익을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특정 대기업 하청업체들의 평균 순익이 5%대인데, 한 하청업체가 기술개발 등으로 2%포인트 더 높은 7% 순익을 올렸다고 가정할때, 대기업이 이 내용을 공시를 통해 확인한뒤 다음 계약때 마진율을 2%포인트 깎아버리거나, 그에 해당하는 만큼 납품물량을 줄이는 겁니다.
투명경영을 위한 공시제도가 갑질의 도구로 악용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보자들은 업체명을 알리길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대기업인데요, 음성변조 등을 했더라도 방송이 나가는 순간 제보자를 어떻게든 색출해서 본사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포장재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 휴지, 병원내부 물품을 직원들에게 구매하도록 시키는 것 등 정말 다양한 갑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보도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절대 갑인 본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보복이 두려워서입니다.
이런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제보자에 대한 확실한 보호, 그리고 불법과 편법의 경계가 애매한, 사소한 갑질까지도 막을 수 있는 촘촘한 제도, 그리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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