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즘] 마약청정국 옛말, 브레이크 풀린 중독코리아
[명품리포트 맥]
▶ 택시분실물서 나온 대마…경찰, 매년 마약과의 전쟁
택시기사가 손님이 두고 내린 검은색 가방을 들고 지구대로 찾아옵니다.
신고된 분실물을 확인하던 경찰은 가방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들더니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냄새를 맡기까지 합니다.
<최진화 / 서울종암경찰서 월곡지구대 경위> "거기에 가루가 있었어요. 제가 옛날에 마약반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대마라는 느낌이 딱…"
분실물을 찾는 연락이 오자 지구대에서는 대마에 대해 모르는척하며 가방을 경찰서로 넘겼다고 유인해 붙잡았습니다
경찰서를 찾은 손님은 순식간에 피의자가 됐고, 이내 대마 흡연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매년 상하반기 전국적으로 단속을 벌여 8,000명이 넘는 마약 사범들을 잡아들입니다.
마약 범죄는 보통 기획 수사가 필요하고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주만 / 경찰청 마약수사계장> "제조, 밀반입, 유통, 투약 단계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서…투약자 한두명 검거에 그치지 않고 계속 상하선을 추적해야…"
일반인들에게까지 깊숙이 침투한 마약은 필로폰에서 알약으로, 대면 거래에서 SNS를 이용한 '던지기 수법'으로 종류와 투약·거래방식까지 진화했습니다.
<윤흥희 /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근무> "투약 방법이나 구입하는 과정들이 과거보다는 지능화돼 있죠. 그래서 수사도 거기에 맞춰서 진행돼야 합니다."
염색과 삭발 등 회피 방법이 속설처럼 떠돌면서 마약 사범과 경찰은 매년 증거확보를 위한 머리싸움을 벌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은 검출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윤흥희 /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근무> "인체에 많은 보이지 않는 체모가 있습니다. 마약 사범은 결국엔 검거하게 되는 거죠."
경찰과 검찰은 매년 투약자 특별자수 기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80명 수준의 사람들이 이때 투약 사실을 고백합니다.
이 기간에 자수하면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jangbo@yna.co.kr
▶ SNS 넘나들며 위험수위 넘은 마약유통…치료ㆍ재활은 걸음마
환각성이 높은 신종 대마 액상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SK그룹 3세 최 모 씨.
최 씨는 SNS를 통해 대마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면 '안전거래'란 문구와 함께 각종 사이트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채팅앱을 통해 판매자와 접촉도 가능한데, 가입도 간단하고 삭제하면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된 불법 게시물과 사이트는 20배 넘게 급증한 상황.
상대적으로 쉽게 마약을 구하는 해외에서 무인배송 방식으로 반입하거나, 과자 상자 등에 숨겨 직접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마약 사범으로 단속된 경우만 1만 2,600여명.
이미 2015년부터 마약청정국 지위도 잃었습니다.
마약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중독 이후 재활 문제에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합니다.
15살에 시작해 한때 마약의 늪에 빠졌던 박영덕 씨.
지금은 중독재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씨는 한번 시작된 마약을 개인의 의지로만 끊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박영덕 / 중독재활지도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대로 죽어야 될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끊는 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전문가들은 마약중독자는 범법자이면서 동시에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구속 처벌만으론 마약의 악순환을 끓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주은 / 중독재활센터 전문위원> "마약중독은 뇌의 기전 자체가 화학물질에 의해서 도파민 작용 등으로 몸이 이미 (중독에)적응되어 있는…국가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같은 그런 통로들이 더 많아야해요."
마약 치료에 들어가는 재정 비용은 2.5배의 사회적 효용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독자를 방치해 발생하는 추가 범죄나 유해성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재활치료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란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전국 21곳 병원을 치료 보호기관으로 지정했지만 배정된 총예산은 1년에 2억원 남짓한 수준입니다.
<이범진 / 아주대 약학대학 학과장>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중독재활은) 유명무실할 정도로 낮은 예산이고 대다수의 예산은 단속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서 환자로 보고 치료 재활하라고 기조로 나와 있고…"
적발되지 않은 채 숨겨진 인원까지 포함하게 되면 국내 마약 중독자 수는 40만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치도 있는데요.
제조 및 유통 사범의 경우 엄벌에 처하고 단순 투약자는 치료 및 교화를 통해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goodman@yna.co.kr
▶ 국회 극한 대립에 뒷전으로 밀린 마약법 개정 논의
<연합뉴스TV>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를 5년 넘게 해외에 팔아넘긴 30대 부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마약에 취한 남성이 112에 황당한 신고를 하면서 마약 사범들이 줄줄이 검거됐습니다. 최근 두 달간 마약 사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구속된 500여명 중 19명은 성범죄 등 2차 범죄 사범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란 말은 옛말이 됐습니다.
마약은 일반인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유통망은 음지를 따라 개미굴처럼 뻗어 있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정부의 인력과 예산은 부족합니다.
처벌을 강화해 진입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유사 마약, 이른바 물뽕 대책도 시급합니다.
마약을 성범죄에 악용한 가해자를 가중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근거 규정도 손봐야 합니다.
과거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다시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의가 한창이어야 할 국회가 극한의 대립 속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는 것입니다.
<현장음> "그만 해요, 사람 다쳤다고요! (으쌰, 으쌰) 민주당 나와 이 XX들아!"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은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추가경정예산안 모두 각 당의 핵심 이해가 걸려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승부수를 건 대결 국면 한가운데서 마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국회의 무관심 속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표류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zizou@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명품리포트 맥]
▶ 택시분실물서 나온 대마…경찰, 매년 마약과의 전쟁
택시기사가 손님이 두고 내린 검은색 가방을 들고 지구대로 찾아옵니다.
신고된 분실물을 확인하던 경찰은 가방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들더니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냄새를 맡기까지 합니다.
<최진화 / 서울종암경찰서 월곡지구대 경위> "거기에 가루가 있었어요. 제가 옛날에 마약반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대마라는 느낌이 딱…"
분실물을 찾는 연락이 오자 지구대에서는 대마에 대해 모르는척하며 가방을 경찰서로 넘겼다고 유인해 붙잡았습니다
경찰서를 찾은 손님은 순식간에 피의자가 됐고, 이내 대마 흡연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매년 상하반기 전국적으로 단속을 벌여 8,000명이 넘는 마약 사범들을 잡아들입니다.
마약 범죄는 보통 기획 수사가 필요하고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주만 / 경찰청 마약수사계장> "제조, 밀반입, 유통, 투약 단계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서…투약자 한두명 검거에 그치지 않고 계속 상하선을 추적해야…"
일반인들에게까지 깊숙이 침투한 마약은 필로폰에서 알약으로, 대면 거래에서 SNS를 이용한 '던지기 수법'으로 종류와 투약·거래방식까지 진화했습니다.
<윤흥희 /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근무> "투약 방법이나 구입하는 과정들이 과거보다는 지능화돼 있죠. 그래서 수사도 거기에 맞춰서 진행돼야 합니다."
염색과 삭발 등 회피 방법이 속설처럼 떠돌면서 마약 사범과 경찰은 매년 증거확보를 위한 머리싸움을 벌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은 검출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윤흥희 /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근무> "인체에 많은 보이지 않는 체모가 있습니다. 마약 사범은 결국엔 검거하게 되는 거죠."
경찰과 검찰은 매년 투약자 특별자수 기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80명 수준의 사람들이 이때 투약 사실을 고백합니다.
이 기간에 자수하면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jangbo@yna.co.kr
▶ SNS 넘나들며 위험수위 넘은 마약유통…치료ㆍ재활은 걸음마
환각성이 높은 신종 대마 액상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SK그룹 3세 최 모 씨.
최 씨는 SNS를 통해 대마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면 '안전거래'란 문구와 함께 각종 사이트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채팅앱을 통해 판매자와 접촉도 가능한데, 가입도 간단하고 삭제하면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된 불법 게시물과 사이트는 20배 넘게 급증한 상황.
상대적으로 쉽게 마약을 구하는 해외에서 무인배송 방식으로 반입하거나, 과자 상자 등에 숨겨 직접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마약 사범으로 단속된 경우만 1만 2,600여명.
이미 2015년부터 마약청정국 지위도 잃었습니다.
마약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중독 이후 재활 문제에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합니다.
15살에 시작해 한때 마약의 늪에 빠졌던 박영덕 씨.
지금은 중독재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씨는 한번 시작된 마약을 개인의 의지로만 끊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박영덕 / 중독재활지도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대로 죽어야 될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끊는 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전문가들은 마약중독자는 범법자이면서 동시에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구속 처벌만으론 마약의 악순환을 끓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주은 / 중독재활센터 전문위원> "마약중독은 뇌의 기전 자체가 화학물질에 의해서 도파민 작용 등으로 몸이 이미 (중독에)적응되어 있는…국가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같은 그런 통로들이 더 많아야해요."
마약 치료에 들어가는 재정 비용은 2.5배의 사회적 효용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독자를 방치해 발생하는 추가 범죄나 유해성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재활치료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란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전국 21곳 병원을 치료 보호기관으로 지정했지만 배정된 총예산은 1년에 2억원 남짓한 수준입니다.
<이범진 / 아주대 약학대학 학과장>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중독재활은) 유명무실할 정도로 낮은 예산이고 대다수의 예산은 단속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서 환자로 보고 치료 재활하라고 기조로 나와 있고…"
적발되지 않은 채 숨겨진 인원까지 포함하게 되면 국내 마약 중독자 수는 40만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치도 있는데요.
제조 및 유통 사범의 경우 엄벌에 처하고 단순 투약자는 치료 및 교화를 통해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goodman@yna.co.kr
▶ 국회 극한 대립에 뒷전으로 밀린 마약법 개정 논의
<연합뉴스TV>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를 5년 넘게 해외에 팔아넘긴 30대 부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마약에 취한 남성이 112에 황당한 신고를 하면서 마약 사범들이 줄줄이 검거됐습니다. 최근 두 달간 마약 사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구속된 500여명 중 19명은 성범죄 등 2차 범죄 사범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란 말은 옛말이 됐습니다.
마약은 일반인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유통망은 음지를 따라 개미굴처럼 뻗어 있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정부의 인력과 예산은 부족합니다.
처벌을 강화해 진입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유사 마약, 이른바 물뽕 대책도 시급합니다.
마약을 성범죄에 악용한 가해자를 가중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근거 규정도 손봐야 합니다.
과거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다시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의가 한창이어야 할 국회가 극한의 대립 속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는 것입니다.
<현장음> "그만 해요, 사람 다쳤다고요! (으쌰, 으쌰) 민주당 나와 이 XX들아!"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은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추가경정예산안 모두 각 당의 핵심 이해가 걸려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승부수를 건 대결 국면 한가운데서 마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국회의 무관심 속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표류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ziz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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