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리포트 맥]
[앵커]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의 여성 피의자가 구속 기소되자 경찰의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여성들이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몰카 범죄 처벌을 놓고 남녀 간 성대결이라는 우려까지 일고 있는데요.
이번주 현장인에서는 몰카범죄가 성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된 이유와 대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장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
1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붉은 옷을 입고 모여 경찰의 몰카범죄 수사를 문제 삼았습니다.
<현장음>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홍대 수업 도중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 지난 1일.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경찰이 수사 착수 1주일 만에 동료 여성모델을 체포해 구속한 건, 가해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어서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장음>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의자 구속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려 40만 명이 성차별 없는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몰카 범죄 피해자의 약 94%가 여성이었고, 가해자 92%는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5%에 불과했고, 70% 이상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몰카범죄 피해 당사자가 주로 여성인 상황에서 가해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시민들은 몰카 범죄 처벌이 약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신명진 / 서울 종로구> "처벌이 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적인 면에서 많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다운 / 서울 은평구> "평소에 공중화장실에 가도 몰래카메라 걱정도 엄청 많이 되고 숙박 시설에 가도 사진 찍어서 올리고 여성 몰카 사건 너무 많아서 범죄 처벌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시위는 경찰의 편파수사보다는 솜방망이 처벌이 숨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렇게 이례적인 수사 자체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이제까지는 왜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냐라고 하는 의문이나 문제제기가 굉장히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몰카범들이 법망을 빗겨가는 사이, 몰카 범죄 피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몰카 범죄는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12년 2,462건에서 2016년 5,249건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
<변혜정 /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상담센터가 개소된지 한달도 안됐는데요. 289명의 피해자들이 상담 내지 전화를 하셨고요. 저희가 삭제를 해도 이것이 계속 유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피해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범행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하철 등에서는 이같이 경사가 급하고 긴 에스컬레이터에서 몰카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숨겨서 쉽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7일부터 100일간을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지하철과 공중화장실 같은 공공장소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도규엽 /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성폭력처벌법에서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타인의 신체 부위에 대한 촬영에 국한하고 있는데요.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로 접근해서 좀더 폭넓게 규제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몰카 범죄는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만큼 중대한 성범죄 행위입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온 관행 탓에 범인이 구속된 것을 둘러싸고 성대결 양상까지 벌어졌는데요.
강력한 처벌과 성역없는 수사가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인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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