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폭염 때 휴식' 건설현장 안전규칙 있으나 마나?
[명품리포트 맥]
전북 전주의 한 공사장. 모든 작업이 멈춰섰습니다.
지난 17일, 66살 박 모 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전날부터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던 박 씨는 34도를 웃도는 날씨에 의식을 잃고 5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박 씨의 동료들은 업체 측이 잠시 쉬자는 요구를 이틀 연속 묵살하지 않았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송영철 / 건설노조 전주2분회장> "모든 작업반들이 한 번 우리 오후에는 쉬자, 이렇게 회사에 건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작업공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세면대는 물론 그늘막도 하나 없어 작업자들은 무더위에 세수 한 번 하지 못했고,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송영철 / 건설노조 전주2분회장> "하루 300여 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고작 4칸에 불과했고 물 한 방울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아파트 공사장.
이곳에서도 지난 23일 작업자 47살 고 모 씨가 쓰러졌습니다.
<이대영 / 탈진 근로자 최초 발견자> "구토 증상이 있었고 경련이 있었습니다. 땀이 나와야 되는데 땀이 안 나오길래 제가 좀 위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업체 측은 고 씨가 쓰러진 뒤에야 부랴부랴 그늘막을 설치하고, 규칙적인 휴식을 지시했습니다. 모두 규정을 위반한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업 시 물과 그늘, 휴식이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기온에 따라 매시간 10분에서 15분씩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관련 법과 규칙을 개정해 이를 어기면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호소합니다.
<원정철 / 건설 노동자> "사측에서 하라고 말만 했을 뿐이지 강제조항은 아니에요. 그냥 쉬라, 좀 이상하면 쉬라 이런 식으로 하지, 몇 분 하고 몇 분 쉬라는 그 자체가 없다는 거죠."
실제 그런지, 서울의 한 대형 공사장을 무작정 찾아가봤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열흘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은 폭염경보 단계에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긴급 작업을 제외하곤 작업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오후 3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 보시는 것처럼 공사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휴게시간은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권고기준인 45분, 50분이 지났지만 작업은 계속됩니다.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일부 작업자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원청업체 관계자> "그거를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하지마세요,' 강제하기는 참 곤란하죠.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작업을 못하면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낫죠. 그러면 중간에 낀 협력업체들이 있잖아요, 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그분들은 손해가 어마어마하죠. 그니까 이게 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서 그래요."
하도급 구조에서 안전규칙을 지키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휴식으로 작업이 지체돼 공사기간이 늘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작업자들 역시 하루 할당량을 맞춰야 임금을 받을 수 있어 휴식을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일정 기간 작업을 쉬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청업체 관계자> "협력업체에서는 한 달 동안 안하겠다고 해요. (너무 더우니까?) 네. 그치만 우리는 또 그게 돼야지만 그 다음이 되고 그렇지 않습니까?"
최근 조사 결과 폭염특보 발령 시 규칙적으로 쉰다고 답한 건설노동자는 8.5%로,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휴게공간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다음 주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점검 기간은 고작 닷새.
가뜩이나 내부에서는 인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어, 제대로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근로감독관이 전국에 400명인데요, 실제로 휴직자라든지 이런 사람들 빼고 나면 280명 있어요. 근데 2인 1조로 움직여야 됩니다. 결국 2명이 가면 140팀인 거예요."
전국의 공사장은 30만 곳. 근로감독관 1팀당 2,000곳 넘게 맡아야 하는 셈입니다.
정부는 폭염만으로도 공사를 중지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권고에 해당되고 당장 시행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장은 위반 사업장을 강력 처벌해 이행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조개선 없이 유사 사고를 막기는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폭염 사망자 수는 벌써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sooju@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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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공사장. 모든 작업이 멈춰섰습니다.
지난 17일, 66살 박 모 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전날부터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던 박 씨는 34도를 웃도는 날씨에 의식을 잃고 5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박 씨의 동료들은 업체 측이 잠시 쉬자는 요구를 이틀 연속 묵살하지 않았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송영철 / 건설노조 전주2분회장> "모든 작업반들이 한 번 우리 오후에는 쉬자, 이렇게 회사에 건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작업공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세면대는 물론 그늘막도 하나 없어 작업자들은 무더위에 세수 한 번 하지 못했고,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송영철 / 건설노조 전주2분회장> "하루 300여 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고작 4칸에 불과했고 물 한 방울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아파트 공사장.
이곳에서도 지난 23일 작업자 47살 고 모 씨가 쓰러졌습니다.
<이대영 / 탈진 근로자 최초 발견자> "구토 증상이 있었고 경련이 있었습니다. 땀이 나와야 되는데 땀이 안 나오길래 제가 좀 위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업체 측은 고 씨가 쓰러진 뒤에야 부랴부랴 그늘막을 설치하고, 규칙적인 휴식을 지시했습니다. 모두 규정을 위반한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업 시 물과 그늘, 휴식이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기온에 따라 매시간 10분에서 15분씩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관련 법과 규칙을 개정해 이를 어기면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호소합니다.
<원정철 / 건설 노동자> "사측에서 하라고 말만 했을 뿐이지 강제조항은 아니에요. 그냥 쉬라, 좀 이상하면 쉬라 이런 식으로 하지, 몇 분 하고 몇 분 쉬라는 그 자체가 없다는 거죠."
실제 그런지, 서울의 한 대형 공사장을 무작정 찾아가봤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열흘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은 폭염경보 단계에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긴급 작업을 제외하곤 작업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오후 3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 보시는 것처럼 공사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휴게시간은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권고기준인 45분, 50분이 지났지만 작업은 계속됩니다.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일부 작업자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원청업체 관계자> "그거를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하지마세요,' 강제하기는 참 곤란하죠.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작업을 못하면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낫죠. 그러면 중간에 낀 협력업체들이 있잖아요, 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그분들은 손해가 어마어마하죠. 그니까 이게 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서 그래요."
하도급 구조에서 안전규칙을 지키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휴식으로 작업이 지체돼 공사기간이 늘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작업자들 역시 하루 할당량을 맞춰야 임금을 받을 수 있어 휴식을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일정 기간 작업을 쉬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청업체 관계자> "협력업체에서는 한 달 동안 안하겠다고 해요. (너무 더우니까?) 네. 그치만 우리는 또 그게 돼야지만 그 다음이 되고 그렇지 않습니까?"
최근 조사 결과 폭염특보 발령 시 규칙적으로 쉰다고 답한 건설노동자는 8.5%로,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휴게공간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다음 주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점검 기간은 고작 닷새.
가뜩이나 내부에서는 인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어, 제대로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근로감독관이 전국에 400명인데요, 실제로 휴직자라든지 이런 사람들 빼고 나면 280명 있어요. 근데 2인 1조로 움직여야 됩니다. 결국 2명이 가면 140팀인 거예요."
전국의 공사장은 30만 곳. 근로감독관 1팀당 2,000곳 넘게 맡아야 하는 셈입니다.
정부는 폭염만으로도 공사를 중지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권고에 해당되고 당장 시행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장은 위반 사업장을 강력 처벌해 이행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조개선 없이 유사 사고를 막기는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폭염 사망자 수는 벌써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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