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 후 6개월을 기다려 받았다", "구하기 힘든 색상이라 5개월 만에야 받았다."
주문한 뒤 수개월은 기다리고 기다려야 어렵게 구할 수 있는 이 제품은 다름 아닌, 유아용 식탁 의자입니다.
노르웨이 아동 브랜드 '스토케'의 유아용 식탁 의자는 구성품까지 포함하면 80만 원대까지 올라가는 높은 가격대를 자랑합니다.
의자 하나를 뭐 이리 비싼 돈 주고 사나 싶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아빠 A 씨는 "유아용품은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데도 해당 제품은 구하기 어려웠다"며 "금방 팔리다 보니 키워드를 걸어 놓고도 한 달이나 걸려 구매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고 거래 앱에 오늘(9일) 오전 해당 제품의 구성품이 매물로 올라오자 2시간도 안 돼 '예약 중' 표시가 떴습니다.

얼마 전에는 배우 이승기 씨가 아이를 안고 있는 아기띠가 100만 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제품이냐"며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의자나 아기띠는 물론 젖병 소독기, 침대 등 용품 하나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유아용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저출생으로 아이가 귀해지면서, 자녀 한 명에게 최고의 것을 제공하려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 족이 유통 산업의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하나뿐인 아이인데 뭐든지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겁니다.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와 이모, 삼촌에 지인까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열 명이 지갑을 여는 '텐 포켓(Ten Pocket)' 현상도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줍니다.

매출 지표에서도 프리미엄 키즈 마켓의 성장세는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신생아 용품 카테고리는 전년보다 매출이 28%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 '부가부'와 '에그' 등 프리미엄 유모차와 '스토케'의 유아 체어 제품이 매출을 견인했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입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최근 롯데백화점이 본점 7층 키즈관을 인테리어부터 브랜드까지 '프리미엄'을 콘셉트로 재단장하는 등 'VIB'족의 수요를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VIB' 열풍의 원인으로 과시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서 부모들끼리 모이게 되면 서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NS를 통해 유명인들이 쓰는 고가 유아용품을 손쉽게 접하면서 이를 따라 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유치원을 가더라도 등교하는 장면을 찍어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올리지 않냐"며 "SNS로 인해 비교 대상이 이전보다 넓어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고가 유아용품 시장의 호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천이 소개한 초호화 유아용품 시장에 따르면 최고급 아기침대가 1,500만 달러(한화 217여억 원)에 판매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포천은 "현금이 풍부한 슈퍼리치 덕분에 최고급 유아용 옷과 장난감 등이 미친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도 2027년 유아용품 판매 시장이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고급 유아용품 시장은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VIB #아기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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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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